2024.04.14 총선 '여당 참패'로 금투세, 상속세 등 세제개편 줄줄이 좌초 위기 개미 지지 얻는 '금투세 폐지' 향방 안갯속 상속세, 배당소득세 감면 정책 동력 상실 전문가 "야당 입장 끌어내 명확화 해야"◆…세금 제도를 설계하는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사진제공 기재부)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일각에서는 21대 국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에서 야권의 의석수가 조금 더 늘어난 것 외에 입법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대립이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정부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러나 이는 윤석열표 경제정책의 표류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세제 분야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감세에 대해 여야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4년 전에 이은 '압승'이다.이같은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제 개편이 줄줄이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 과제 대부분이 입법을 거쳐야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2025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를 공식화했고, 2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소득(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에 대해 과세(소득의 20%·3억 초과분의 25%)하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 당초 2023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한 상태다.정부와 여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당이 금투세 폐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투세 폐지를 두고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곤 있지만 정작 소액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개미들은 주식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자본시장으로 더 많은 돈이 유입돼 투자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정부의 상속세 개편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정부는 그동안 상속세 과세체계를 피상속인(사망자·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남긴 재산 총액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는 '유산세'에서 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상속세 개편을 검토해왔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야당에서는 상속세 개편을 대기업과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감세로 규정하고 있다. '거야(巨野)의 장벽'이 높아진 현실에서 정부가 섣불리 상속세를 손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증시 부양을 위해 발표한 각종 세제 혜택들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는 법인세 부담을, 배당을 늘린 기업의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지분 구조상 세제 혜택이 대주주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어 이 또한 '부자 감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총선 과정에서 여당이 제기한 입법 과제들도 적지 않다. 육아용품·식재료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율 한시 인하,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 상향 등도 법 개정 사항이어서 야당의 협조 없이 추진이 불가능하다.연구개발(R&D)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투자활성화 정책도 '대기업 감세' 논리에 막혀 난항이 예상된다.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야당은 의석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집권당과 달리 정책 실행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정책 추진 의지를 보다 명확히 밝히고 이와 관련한 야당의 입장을 끌어내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